지금까지 신경계가 우리의 온몸과 어떻게 연결되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신경계는 한마디로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 자극을 세포 사이에 전달하는 세포연결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몸의 신경계는 외부자극에 대해 단순히 반사반응보다 더 복합적인 역할을 하는 중추신경계, 즉 뇌와 척수가 있어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고 판단하여 선택한 반응을 할 수 있다. 등뼈 속에 길게 연결된 신경세포 연결 덩어리인 척수는 척추동물의 고유한 특징이다. 따라서 척추동물의 특징은 무척추동물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신경세포들이 서로 전압펄스를 내보는 축삭에서 척추동물은 무척추동물과 다르다. 무척추동물은 유수신경을 진화시키지 못했다. 즉 신경 전달 속도가 빠른 수초화된 유수신경은 척추동물의 고유한 특징이다.
척추동물 세포의 다양성 진화로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 수초로 작용하는 특별한 세포가 출현했다. 무척추동물이지만 오징어는 움직임이 빠르다. 이는 특별한 경우로 축삭의 굵기가 육안으로 식별될 만큼 거대해져서 신경 전달 속도가 향상된 것이다. 해양 무척추동물은 다른 유형의 세포가 대략 100개 미만이지만 인간은 200종류가 넘는 다양한 세포가 존재한다. 오징어 같은 해양 무척추동물은 미엘린 수초로 기능하는 세포가 생겨나지 않는다. 뇌를 세포배양기로 본다면, 무척추동물의 신경계는 척추동물의 희소돌기세포와 슈반세포 같은 수초화 세포를 배양하지 못했다.
인간 뇌의 경우 지름이 20μm인 유수신경으로도 100m/s의 신경 전달 속도를 낼수 있다. 왜냐하면 축삭에서 전파펄스가 수초로 절연되지 않은 영역인 랑비에결절로 점핑하면서 빠른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척추동물의 중추신경계는 수초화에 의해 무척추동물에 비해 단면적이 작은 신경축삭으로 빠른 신경 전달 속도를 낸다.
무척추동물의 신경계는 그물 형태, 방사 형태, 사다리 형태를 띤다. 히드라, 말미잘 등의 강장동물들은 그물 형태의 신경계를 형성하며, 절지동물과 환형동물 같은 체절동물은 신경세포가 모여 형성된 신경절이 체절마다 나타나는 신경계이다. 인간의 등뼈 속에 존재하는 척수도 일종의 체절 형태의 신경계이다. 플라나리아 같은 편형동물은 사다리꼴 신경계다. 입과 눈에 해당하는 안점의 감각 수용기가 있는 앞쪽에 신경세포가 밀집하여 만들어진 머리신경절(head ganglion)을 갖는 신경계를 볼 수 있다. 지렁이 (환형동물)와 메뚜기(절지동물)는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연결하는 개재신경이 많아지며, 신경절이 더 커지고 머리신경절이 좀 더 복잡해진다. 동물은 신경계가 단순할수록 주로 자극에 대한 자동적 반사운동을 한다.
척추동물의 신경계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구성된다. 특히 시각, 청각, 그리고 체감각 정보를 수준 높게 처리하는 포유류는 중추신경계의 발달이 가속된다. 후각은 자극원이 분명하지 않을 수 있으며 공간에 넓게 확산된다. 반면에 청각과 시각은 원거리 감각(telesensory)이다. 빛과 소리가 감각기관에 도달하는 데는 수초에서 수밀리초가 소요된다. 이 시간 범위는 뇌의 신경처리 시간과 비슷하다. 공간에서는 빛이 소리보다 빠르지만 뇌 속에서는 청각이 시각보다 빠르다. 그래서 두 다른 속도의 자극을 시간적으로 동조하기 위해 연합피질이 발달한다. 시각과 청각에 대한 자극원의 방향과 거리를 산출하는 대뇌피질영역도 발달한다.
동물신경계의 진화를 파악하려면 동물의 몸을 구성하는 각 기관의 변화 과정을 다세포동물 초기부터 살펴봐야 한다. 대기 중의 산소농도가 증가하면서 대략 10억년 전 다세포동물이 출현했다. 그리고 대기 중의 산소농도가 20%에 도달하는 5억 4000만년 전의 캄브리아기 생명의 대폭발로부터 척추동물을 포함한 대부분 동물문이 출현한다. 6-4는 이러한 지난 10억 년간의 다세포동물 진화를 도표로 정리한
것이다.
대략 40억 년 전 최초의 원핵세포에서 20억 년 전 진핵세포가 출현했다. 그리고 6억 년 전 에디아카라 동물군에서 대칭성 몸 구조가 화석에 나타낸다. 체형의 좌우대칭성은 동물 분류의 주요한 기준이다. 지렁이의 환형동물부터 체절이 진화하지요. 척삭동물 척삭과 내골격이며 절지동물은 부속지와 외골격이 특징이다.
척삭동물에서 진화한 척추동물은 척수가 척삭의 유도작용으로 형성된다. 초기 어류에서 턱이 출현하면서 악구류가 바다 생태계를 지배한다. 육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파충류, 조류, 포유류를 포함하는 양막동물이 진화한다. 포유류는 단공류, 유대류, 태반류로 분화하며 젖과 털이 발달한다. 단공류는 초기 포유류로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 등 몇 종류뿐이다. 유대류는 남아메리카 대륙에 많은 종이 있었지만 대부분 멸종하고 현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동물종으로 남아 있다. 포유동물의 대부분은 태반류이다. 식충류에서 진화한 영장류가 호모 사피엔스까지 연결된다.
미삭류와 두삭류는 척삭동물이며 무악어류는 턱이 없는 초기 물고기이다. 턱이 없는 어류는 씹을 수 없어서 해양바닥의 유기물을 진공청소기처럼 흡입하여 여과 섭취했다. 턱이 있는 악구류가 출현하여 다른 물고기를 포식하자 이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몸 전체에 뼈로 된 피부를 만든 판피어류가 나타난다. 판피어류는 고생대 데본기에 멸종한다. 포유류의 선조는 포유류형 파충류(mammal-like reptiles)이다. 포유류형 파충류는 고생대 석탄기에서 백악기까지 2억 년 동안 진화와 멸종을 되풀이한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키노돈류에서 현재의 포유류가 탄생한 것으로 생각한다. 포유류형 파충류는 파충류에서 파생된 생물종으로, 크게 두 무리로 나눌 수 있다. 최초에 나타난 원시적인 포유류형 파충류 무리가 반룡목이고, 좀 더 진보한 또 다른 무리가 수궁목이다.
또한 척추동물은 내골격이 발달하는데, 중추신경계인 뇌와 척수가 각각 두개골과 척주에 싸이게 된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로 진화할수록 뇌는 커지고 복잡해진다. 또 신경세포 중에서도 감각입력과 운동출력을 연결하는 연합뉴런이 대뇌에서 점점 더 많아진다. 인간의 중추신경계는 대부분 연합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연합뉴런이 감각뉴런과 운동뉴런을 연결하고 서로 전압펄스를 주고받으면서 감각경험을 신경회로망에 기억하는 놀라운 능력이 출현했다. 그리고 기억된 과거 경험을 참고로 하여 운동을 계획하고 선택한다. 뇌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신피질이 확장하면서 대뇌연합피질이 확대된다. 환경입력을 섬세하게 분별하여 목적지향적인 정교한 행동이 대뇌 연합영역의 팽창으로 가능해진다.
제프 호킨스(Jeff hawkins)는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에서 신피질이 극적으로 팽창한 것은 겨우 200만 년 전이었고 주장한다. 인간은 상대적으로 큰 신피질 덕에 자신이 있었던 장소를 기억하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 먼저 생각을 하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생각을 실현시키는 행동이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행동에 수반하는 의도가 언어로 대뇌피질에서 처리되면서 단어와 단어에 수반되는 의미로 바뀌게 된다. ‘행동 : 의도→ 단어: 의미’라는 관계로 뇌 신경계에 내면화되었다. 따라서 단어로 구성된 인간의 언어는 내면화된 행동이다.
동물 진화를 행동진화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말은 본질적으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인간도 구체적인 생각이 없을 때 동물처럼 감각입력에 의해 촉발된 반사적 행동을 한다. 그리나 언어를 사용하면서부터 행동이 감각이 아니라 생각에서 나오게 된다. 동물은 감각작용을 근거로 반사적으로 운동출력을 산출하지만, 인간은 확장된 신피질로 대규모의 기억을 저장해 경험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는 이런 경험기억을 불러와서, 즉 언어적으로 생각해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동물들의 행동은 주로 뇌의 오래된 부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반면, 인간은 새롭게 늘어난 전두엽합 영역의 신피질이 뇌의 다른 부위로부터 운동 통제권을 대부분 인계받은 셈이다. 요점은 대뇌 신피질이 주로 세계에 대한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신경세포로 구성된 특별한 회로가 감각입력 자극을 처리하면서, 동물에게 과거 경험을 기억하는 능력이 출현한다. 동물이 과거 경험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지각하면, 기억이 회상되면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능과 이해는 예측을 감각입력에 끼워넣은 기억체계로써 출발했다. 이 예측이 인간 행동의 본질이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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