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동물 신경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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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감각과 운동 사이에서 신경 전기신호 처리를 담당하는 기능을 가진 신경세포들이 척수의 말단에 집중되어 진화했다. 즉 머리신경절(head ganglion)을 가진 동물이 출현한다. 척추동물의 대뇌는 절지동물의 머리신경절이 확대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원색동물의 하나인 괄태충은 신경관만 있고 뇌는 없다. 뇌가 처음 나타난 것은 먹장어와 칠성장어가 속하는 척삭동물이다. 척추동물은 척삭동물문의 아문이다. 어류와 포유류의 뇌는 생존 환경 차이로 부위별 기능이 다를 수 있다. 전뇌는 인간에게는 인지 활동이 전개되는 곳이지만, 어류와 칠성장어에서는 주로 물속에 있는 냄새자극을 분석하는 곳이다. 한편 개구리, 도마뱀의 양서류에서는 그 기능이 약간 복잡해진다.
물에서 육지로 올라온 양서류는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어류는 물에 녹은 물질의 냄새를 느낄 수 있지만 육지에 올라온 양서류가 냄새를 맡기 위해서는 먼저 콧속의 액체로 냄새 나는 물질을 녹인 후에야 비로소 후각이 가능해진다.
양서류의 후각수용기는 새로운 육상 조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전뇌에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전뇌는 다른 감각정보처리로 기능이 바뀌게 된다. 그 결과 양서류의 전뇌는 시각, 청각의 자극 분석에 참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정보가 집중되는 뇌 부분이 비로소 출현하게 된다.
백악기 말에 공룡이 멸종되고 신생대에서는 전 지구적으로 포유류의 방산확산이 일어난다. 육상에서 포유류와 현화식물의 생태계가 확산되면서 포유동물에게선 시각, 청각, 후각, 피부자극만을 전담하여 분석하는 각각의 대뇌감각피질이 확장된다. 더욱이 고등한 포유류에서는 개개의 감각영역 사이에 작은 섬같은 연합피질이 나타난다. 이 연합피질은 뇌가 진화함에 따라 더욱 커지고 다른 영역과 연결이 많아진다. 원숭이와 사람에게는 연합피질이 대뇌피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요. 일화기억, 목적의식, 그리고 언어 같은 인간고유의 뇌기능을 수행하는 대뇌피질이 연합피질이다.
해면동물인 스폰지는 단일세포에서 감각과 운동이 함께 일어나지만 강장동물인 히드라는 감각세포, 운동세포, 효과기세포로 기능이 분화된다. 감각세포는 양극성세포, 효과기세포는 근육 혹은 분비샘, 운동신경세포는 효과기에 다른 운동세포로 신경정보를 전달한다.
감각뉴런과 운동뉴런이 직접연결되면 반사적인 운동은 가능하지만 상황에 따른 유연한 행동은 어렵다. 예를 들면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되는 반응들을 수행해야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 즉 전방에 탐지된 물체는 접근해야 할 먹이일 수도 있지만 회피해야 할 천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감각정보에 의해 운동이 반사적으로 결정되는 신경계를 가진 동물은 접근과 회피동작을 상황에 맞게 선택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동물은 달리는 차를 향해 뛰어드는 것이다.
목표지향적인 유연한 행동을 하려면 ‘반응지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확한 반응을 위해서는 입력된 환경에 대한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감각과 운동 사이를 매개하는 세포 집단이 출현해야 한다. 반응지연은 중개뉴런에 의해 감각입력을 자세히 처리해서 운동출력을 보내는 능력이다. 그래서 단순히 반사적인 감각-운동 단계에서 감각-처리-운동의 단계로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신경 처리 과정이 진화했기 때문에 인간은 섬세한 감각과 정교한 운동으로 의도적 행동이 가능해진다.
독립된 형태와 기능을 갖춘 신경세포의 시초는 원시 후생동물이 운동을 시작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이 동물의 표피를 구성하는 세포의 일부가 변한 것으로 생각된다. 동물이 앞으로 움직일 때 표피세포는 외부자극에 부딪치게 되는데, 이때 일부 표피세포가 환경자극에 더 민감해져서 세포 내부를 흥분 상태로 변하게 하는 성질을 획득한 것이다. 이 중 일부 세포가 표피 내부로 들어가 세포의 형태를 변화시켜 다른 세포와 연결을 형성하게 되며, 표피에 남은 신경세포는 감각을 수용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로 들어간 신경세포는 양쪽으로 가지를 만들어 가지의 한쪽은 표피에 남아 감각을 수용하는 세포와 연결되고, 다른 한쪽은 운동을 일으키는 효과기와 연결된다. 신경계와 피부가 발생학적으로 동일한 기원을 가진다는 사실은 신경세포의 진화 과정에 대한 이러한 추측을 간접적으로 지지한다.
신경세포에 의해 감각기와 효과기가 연결되면, 먹이에서 발산되는 화학물질이나 빛, 소리 등 환경을 구성하는 감각자극에 따라 신경세포는 흥분하게 되고, 이홍분이 효과기에 전달된다. 감각정보가 효과기로 전달되면 동물은 반사적인 운동을 일으키는데, 이처럼 환경자극을 탐지할 수 있게 되면 먹이에 접근하고 천적의 위험을 피하는 반사신경회로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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